유지의 산패와 자동 산화
유지를 다량 함유한 식품이 저장 중에 산소를 흡수하여 산화하거나 산, 알칼리, 효소 등에 의하여 가수분해가 일어나 유지의 맛, 색, 냄새 등이 열화하는 것을 산패(rancidity)라고 한다. 특히 가열·가공과정 중에는 유지의 산화가 더욱 급속히 진행되어 영양성, 물성, 기호성 등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이취(off-flavor), 필수 지방산의 파괴, 색깔의 변화, 독성 등을 일으킨다.
5.1 산패의 종류
유지의 산패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상온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산소에 의한 자동 산화, 가수분해에 의한 산화, 180℃ 전후의 고온으로 가열했을 때 생기는 가열 산화, 리폭시게나제에 의한 효소적 산화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① 자동 산화에 의한 산패
유지는 상온에서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하여 서서히 산화가 진행되므로 자동 산화(autooxidation)라 부른다. 이 반응은 라디칼 반응으로 자동적 반응이 진행되고 과산화물(히드로페르옥시드)을 축적한다. 축적된 과산화물은 한편으로는 계속 분해되어 산패취의 원인이 되는 알데히드 등의 2차 생성물을 만들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합되어 이량체, 삼량체의 중합체를 형성하여 유지의 점도를 증가시킨다. 자동 산화의 속도는 지방산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이중결합의 수가 많을수록 산화도 빠르다. 그 예로 스테아르산(18:0)을 1로 볼 때 올레산(18:1)은 100 정도가 되며, 올레산을 1로 보면 리놀레산(18:2) 15~20배, 리놀렌산(18:3) 40~50배, EPA(20:5)는 300배 빠른 것으로 보고된다. 자동 산화과정에서 생성되는 과산화물(hydroperoxide)과 2차 생성물은 동물실험으로 성장억제, 효소의 불활성화, 간 비대 등의 독성이 보고된다. 과산화물이 분해되어 생기는 알데히드, 케톤산물 등은 악취의 원인이 된다. 또한 유지를 함유하는 식품에서 자동 산화가 일어나면 다른 성분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면, 단백질 중 특히 염기성 아미노산인 리신, 아르기닌, 히스티딘이 반응성 물질의 카르보닐 화합물과 쉽게 반응하고, 소화율과 영양가가 저하된다. 또한 착색도 일어나고 비타민 A의 손실도 생긴다.
② 가수분해에 의한 산패
유지는 산·알칼리·가수분해효소 등에 의해 트리글리세리드가 글리세롤과 유리지방산으로 가수분해(hydrolysis)되어 불쾌한 냄새나 맛을 형성하여 산패된다. 예를 들면, 식품 속에 함유된 여러 가지 산(구연산, 사과산, 주석산 등)과 튀김옷에 사용하는 중조(NaHCO3, 알칼리)는 조리에 사용하는 기름과 식품에서 나오는 물과 반응하여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시킨다. 이때 유지의 가열온도가 높거나, 장시간 가열하면 가수분해에 의해 생성된 글리세롤 1 분자에서 2 분자의 물이 빠져나와 아크롤레인이 생긴다.
③ 가열 산화에 의한 산패
유지를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가열하였을 때 일어나는 산화이다. 튀김식품이나 고온 요리의 가열에 의한 산화는 자동 산화와 같은 기전으로 진행되지만 속도가 빠르고 생성된 과산화물은 고온으로 인하여 축적되지 않고, 바로 중합되어 다량체를 형성하거나 저분자 화합물로 분해되는 반응이 일어난다. 가열시간이 길어질수록, 산소 흡수량이 증가하고, 이중결합의 감소, 평균 분량의 증가, 거품과 점도의 증가, 산, 알코올, 알데히드 등의 휘발성 물질이 생성된다. 알데히드 중에는 자극취를 가진 아크롤레인이 가열 산화유의 특징적인 휘발성 화합물이다. 가열 산패되면 색상도 흑색으로 변하며 냄새나 소화율도 떨어져 가열 산화한 유지를 섭취하면 격렬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킨다.
④ 산화효소에 의한 산패
지방산을 산화시키는 효소는 리폭시게나제(lipoxigenase)와 리포히드로페르옥시다아제(lipohydroperoxidase)가 있다. 이들 효소는 곡류, 콩류, 동물 조직 등에 분포한다.
5.2 유지의 자동 산화
유지의 자동 산화는 이중결합의 틈에 끼인 메틸기의 수소가 분리되는 것에서 시작하므로 이중결합을 2개 이상 가진 고도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하는 유지가 산화를 쉽게 일으킨다.
① 자동 산화의 3단계 과정
⦁ 개시 단계(initiation) : 이중결합을 가진 불포화지방산이 열, 빛, 금속이온 등에 의해 느슨하게 결합된 수소 원자를 빼앗겨 라디칼(R·)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이중결합 사이에 끼인 활성 메틸기의 수소는 특히 빼앗기 쉬우며 이 라디칼을 대단한 반응성을 가진다.
⦁ 진행(연쇄) 단계(propagation) : 생성된 라디칼에 산소가 결합하여 페르옥시라디칼(ROO·)이 형성되고 이것이 다른 불포화지방산으로부터 수소를 빼앗아 히드로페르옥시드(ROOH)를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라디칼도 생성되어 반응은 연쇄적으로 진행된다. 이 반응은 수천 번 반복되며 불포화지방산의 이중결합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더구나 히드로페르옥시드의 분해는 산, 알코올, 알데히드, 케톤 같은 보다 작은 단위로 전환되어 나쁜 냄새를 유발한다.
⦁ 정지(최종) 단계(termination) : 연쇄반응은 라디칼이 또 다른 라디칼이나 항산화제와 반응하거나 불포화지방산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된다. 생성된 중간 산화물들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중합체(polymer)를 형성한다. 이 중합체는 라디칼이 아니므로 반응성이 상실되어 연쇄반응이 종결된다.
5.3 유지의 산패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
유지는 상온에서 저장하는 동안 천천히 산화하지만 다음과 같은 인자에 의하여 산화는 더욱 촉진된다.
① 유지의 불포화도 : 유지의 분자 속에 이중결합을 가지는 불포화지방산은 포화지방산보다 훨씬 산화되기 쉽다.
② 효소의 작용 : 지질 가수분해효소인 리파아제, 에스테라아제, 포스포리파아제 등의 작용으로 유리지방산을 형성하여 유지의 자동 산화를 촉진한다. 리폭시다아제는 리놀레산, 리놀렌산, 아라키돈산에 작용하여 과산화물을 생성한다.
③ 광선 : 유지에 광선(특히, 자외선)을 조사시키면 라디칼의 생성을 촉진시켜 유도기를 단축하고 과산화물의 분해를 촉진한다.
④ 온도 :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산화 속도가 빨라진다. 100℃ 이상에서는 과산화물이 분해된다.
⑤ 금속이온 : 코발트 구리, 철, 망간, 니켈 같은 중금속은 자동 산화 중 생성된 과산화물의 분해를 촉진시키고 유리라디칼을 발생하여 산화의 연쇄반응을 촉진한다.
⑥ 헤마틴 화합물 : 헤모글로빈, 미오글로빈, 시토크롬 등의 헤마틴 화합물들은 유지의 산화를 촉진한다.
⑦ 산소 :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하기 쉽다.
⑧ 색소 : 색소가 존재하면 라디칼 생성이 촉진되어 자동 산화가 개시된다.
⑨ 건조 : 식품의 결합수를 잃어버릴 만큼 건조하면 산화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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